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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2021.7.21 (수) 독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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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 집 -> 신촌역 -> 금화터널 -> 독립문 -> 아현역 -> 이대역 -> 신촌역 -> 집

거리 : 10km

시간 : 01:57:38

걸음 : 121959

음악 : Ravel Piano Concerto in G major


 이게 뭐람! 걷는 도중 갑자기 거리가 6km 정도가 늘어났다. 오류인가 보다. 그래서 오늘 거리와 걸음은 차고 간 미밴드를 통해 확인했다.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지난주 금요일 드디어 계절학기가 끝나고 오늘 성적이 나오는 날이었다. 당연히 잘 봤고 재수강 최고학점인 A0를 받았다. F를 받은 과목이었는데 A0를 받아서 다행이다.

 

 

 부모님께 신발을 선물받았다. 런닝화는 처음 신어봤는데 발이 매우 편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새 신발도 신었겠다 오늘은 새로운 곳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목적지는 독립문으로 선택했다. 도보 거리가 4km 정도라 그대로 돌아오지 않고 빙 둘러 돌아오려고 했다.

 

 가는 도중 오랜만에 추억이 담긴 곳들을 지나갔다. 

 

 

 작년 이맘때쯤 자주 가던 카페다. 스터디 카페는 아니지만 2층에 24시간 운영하는 무인 카페가 있어서 매우 좋다. 신기하게도 커피를 직접 내려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의자 높이도 딱 맞아서 공부가 잘 됐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연대 앞이다. 여기까지 온 적이 많지는 않았지만 몇 번 걸어왔던 적이 있었다. 밤에 온 적은 처음이었는데 은근히 예뻤다.

 

 

 과외 학생 중 한 명이 연대 의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있다. 생각나서 찍어봤다. 

 

 

 연대에서 이대 방향으로 쭉 걸어가다 보면 연세장례식장이 나온다. 2018년에 아는 형 모친상으로 방문했던 적이 있다. 처음 상갓집을 갔던 날이었다. 부조금은 어떻게 하며 어떻게 절차가 이뤄지는지 하나도 모른 상태로 상갓집 예절을 검색해보며 떨리는 마음으로 갔던 기억이 있다.

 

 검정 양말이 없어서 흰 양말을 신고 갔는데 무례하다고 생각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아직도 나는 으른들의 세계는 잘 모르겠다.

 

 

 대망의 금화터널. 사실 독립문까지 가는데 터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이때부터 지도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음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옆에 난 길이 과연 사람이 지나가는 곳인가 한참을 걱정하며 일단 걸었다. 당연히 사람 걸으라고 해놓은 길이니까 펜스가 쳐져 있겠지..? 생각하며 일단 걸었다.

 

 

 금화터널 길이는 555m이다. 체감상 1km 정도로 느껴졌는데 생각보다 짧다. 터널을 도보로 횡단한 것은 처음이다. 끝이 잘 보이지 않아 더 길게 느껴졌던 것 같다. 맞은편에 사람 한 명이 걸어왔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로... 갑자기 오싹했다. 작년에 아무도 없는 버스정류장에서 칼을 든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서 혹시 저 사람도 칼 들고 있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을 잠깐 했다. 버스정류장에서는 도망이라도 갈 수 있었지만 터널 안은 외나무다리 같아서 앞 혹은 뒤로만 뛸 수 있는지라 더 큰 공포로 다가왔다.

 

 다행스럽게도 아무 일도 없이 그냥 스쳐 지나갔다.

 

 

 금화터널을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립문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여러 번 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앞에서 본 적은 처음이다. 생각보다 꽤 크다. 솔직히 별 느낌은 없었다.

 

 이후로는 사진이 없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기 싫어하는 성향이 있어서 크게 빙 둘러가고 싶었다. 그게 욕심이었다고 느끼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도를 켜고 길을 다시 보니 좁은 골목길로 나를 안내했다.

 

 지도를 믿고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때부터 등산이 시작됐다. 지금 사는 집도 나름 오르막이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은 상상을 초월했다. 깊은 탄식이 나왔다. 많이 올라온 것 같은데 지도는 나에게 더 올라가라고 한다.

 

 지도는 갑자기 아파트 안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대로 나는 따랐다. 아파트 정문으로 들어가서 쪽문으로 나오는 길이었다. 하지만 밤이 늦어서였는지 쪽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벙쪘다. 이미 숨은 헐떡이고 땀은 비 오듯 쏟아지는데 왔던 길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고통스러웠다.

 

 그때부터 이어폰을 빼고 걸었다. 괜히 음악이 방해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 후로 지도에 집중해서 오르막길 정상까지 오르게 되었다.

 

 오르막길의 정상이 낯이 익었다. 생각해보니 2년 전에 과외했던 학생이 사는 아파트였다. 괜히 반가운 마음에 웃음이 났다.

 

 그렇게 이대를 지나 트래커 어플을 확인했는데 내 눈앞에서 갑자기 거리가 8km에서 14km로 늘어났고 걸음은 12000보 정도가 추가됐다. 이게 무슨 일이람..! 괜히 기록이 잘못되어 짜증이 살짝 났다. 

 

 숨을 고르고 다시 생각해봤다. 나는 기록을 하려고 걷는게 아니다. 왜 짜증이 났을까. 이미 나는 걷는 것보다 기록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앞으로 블로그에 사진이나 글을 길게 쓰고 올리지 않을 수 있다. 기록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싶다.

 

 지금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언젠간 2021년의 내가 하이킹에 재미 들렸던 기억을 좀 더 선명하게 떠올리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보다 지금에 집중하자. 걷기에 집중하고 기록에 대한 미련은 버리자. 블로그에 글? 사진? 없을 수도 있지! 괜찮아 잘 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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