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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위로 (慰勞,Conso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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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아픈 곳을 정확히 짚어서 완전히 해소해주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알 수 있는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본다면, 첫 번째는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알고 상황에 따른 감정을 추측하는 간접적인 방법이고, 두 번째는 상대방이 직접 나에게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알게 되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간접적인 방법부터 생각해봅시다. 상대방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상황을 파악하는 방법도 두 가지로 나눠본다면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직접 목격한 것과, 상대방을 통해 사건에 대해 듣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목격했으므로 상황을 훨씬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반면, 후자는 발생했던 사건을 상대방이 회상하며 다시 언어로 표현되며 사건의 재구성이 일어나게 됩니다. 심지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상대방의 감정이 들어가기 마련이라 객관적 설명이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보다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처한 상황과 느끼는 감정을 잘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그 사건에 대해서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 우리가 예상하는 것은 단순히 '나'의 감정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그 상황을 직접 보고 '상대방은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겠군'이라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결국 나의 경험에 빗대어서,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이런 감정이었을 거야' 라며 추측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직접 사건을 목격했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감정을 100% 알 수는 없으며 상대방의 감정이 아닌 내 감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합니다. 상대방에게 객관적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상대방은 회상을 통해 언어로 다시 표현하기 때문에 재구성한 사건은 절대 정확할 수 없고, 그 언어는 다시 나의 뇌로 들어와서 사건에 대해 머릿속 그림으로 그려지게 되며 이 그림 조차 내가 경험했던 일들을 토대로 그려지게 됩니다.

 

 두 번째 방법인 직접적인 방법을 통해 상대방의 감정을 알게됐을 경우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대해 나에게 털어놓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나 너무 슬퍼'라고 직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말한다면 '슬프다'라는 언어가 나의 뇌로 들어오는 순간 내가 슬펐던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슬펐던 경험을 토대로 상대방에게 공감해주며 위로해주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도 상대방의 감정은 예측될 뿐이지 우리가 절대 헤아릴 수 없습니다.

 

 두 가지 경우 모두에서도 상대방의 감정은 내 기준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절대 헤아릴 수 없습니다. 흔히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사람들은 아마 감정적 경험이 많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본인이 경험했던 감정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거나 감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에 자신의 경험 속에서 꺼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은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상대방은 절대 나와 같을 수 없습니다. '나도 비슷한 상황에서 이만큼 슬펐으니 지금 상대방도 그정도 슬플 거야.'라고 추측하고 그에 따라 조언해주는 것이 상대방에게 위로가 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왜냐하면 앞에 말했다시피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한 것이 아닌 내가 느꼈던 감정을 토대로 위로의 말을 꺼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선상에서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부정적 감정을 해소해 주는 것은 많이 힘들고 어려울겁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말을 들어주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너무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좋은 쪽으로 생각해봐', '그 사람은 나쁜 뜻에서 말한 게 아닐거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라며 원인을 해소하고 상대방을 조종하려 하는 것보다, 그저 말을 들어주고 '많이 힘들었겠다. 떡볶이 먹으러 가자'라는 말이 더 좋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기분이 저기압일땐 고기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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