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이라는 길에서 목적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목적지만큼 중요한 다른 요소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연료’와 ‘주유소’이다. 목적지로 가는 길에 주유소가 없다면 연료 부족으로 중간에 멈추게 된다. 만약 하던 일이 힘들고 지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는 연료 부족을 알리는 경고등이다. 이때 ‘행복’은 다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연료가 되며, 이 연료는 ‘직업 활동’이라는 주유소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인간은 욕구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먹고 싶다는 욕구를 ‘먹음’으로써 충족하면 행복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 행복은 잠깐이다. 이와 달리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은 배부름이 주는 행복보다 오래가며 더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행복을 논의할 때에 ‘Maslow의 욕구 이론’이 자주 등장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누었으며, 그중 가장 하위단계는 ‘생리적 욕구’, 가장 상위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라 말했다[1]. 이에 따라 높은 단계의 욕구를 충족할수록 더 많은 행복을 오랜 시간 느낄 수 있으며, 이중 최상위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할 때 얻는 행복은 삶을 나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2].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자아실현을 통해 인간은 궁극적 행복을 느낄 수 있다’[3] 고 말했다. 즉, ‘먹는 것’은 소량의 싸구려 연료를 주유하는 것이라면, ‘자아실현 하는 것’은 다량의 고급 연료를 주유하는 것과 같다.

 

 주유는 주유소를 통해 이뤄지듯, 자아실현은 직업 활동을 통해 이뤄진다. 직업 활동의 사전적 의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 종사하는 일’[4] 이지만 이는 매우 좁은 의미다. 흔히 자기소개할 때, “‘OO 기업’에 다니는 대리 OOO입니다.”처럼 자기 이름보다 근무지와 직급 등 직업적 요소들을 먼저 말한다. 이처럼 직업 활동은 그 사람 자체를 나타내는 대명사가 되기도 하는 만큼 인생에서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점은 적성에 맞는 직업 활동이 자아실현에 필요한 개인의 잠재력과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준다는 것이다. 적성은 사람마다 각각 다르며 적성에 맞는 직업 활동이란 종사자가 애정을 가질 수 있고, 그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일을 의미한다[5]. Gardner(1997)는 각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 수백 명을 연구한 결과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직업 활동을 통해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정상에 이르렀음을 알아냈다[6]. 또한, 세계 4대 성인 중 한 명인 공자는 ‘좋아하는 직업(job)을 택하면 평생 하루도 일(work)하지 않아도 된다.’[7] 라고 말하며 적성에 맞는 직업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서, 적성에 맞는 직업활동을 선택한다는 것은 나만의 주유소에서 알맞은 연료를 공급받아 시원한 질주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직업 활동은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는 것과 같다.

 

 이처럼 적성에 맞는 직업 활동이 중요하지만 요즘 사회는 경제적 안정이 보장되는 직업 활동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 및 취준생의 85%가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유 중 70%는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라 응답했고, ‘개인적 성장을 위해’라 응답한 비율은 겨우 1.8%에 불과했다[8]. 경제적 안정을 위해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저 배부름에서 오는 소량의 싸구려 연료만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며, 결국 도로 한복판에 낙오하게 된다.

 

 오로지 배부름에서 오는 행복 정도의 소량의 싸구려 연료에만 만족하며, 평생 시원한 질주를 경험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아직 시원한 질주를 느껴보지 못했다면, 앞으로 느끼고 싶다면, 고급의 연료를 다량 공급해줄 수 있는 ‘나만의 주유소’를 찾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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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키백과, 「매슬로의 욕구단계설」

[2] 강현권(2015).「청소년의 부모지지와 자아실현욕구가 학업만족 및 심리적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청소년문화포럼,(43),7-30,.

[3]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 「니코마코스 윤리학」, 숲, 2013

[4] 위키백과, 「직업」

[5] 고현범(Ko, Hyun-bum), 「직업과 자아실현」 생명연구, 2011, 49-81

[6] 홍종관, 행복을 위한 직업의 역할에 관한 연구. 행복한 부자연구, 2014, 3(2), 1-15.

[7] 공자, 오세진, 「논어」, 홍익출판사, 2020

[8] 잡코리아X알바몬, 「취준생 공무원 시험 준비 현황」,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