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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2021.7.27 (화)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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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 예술의전당 -> 반포대교 -> 한강공원 -> 동호대교 -> 한강대교 -> 원효대교 -> 마포대교 -> 상수역 -> 집

거리 : 14.68km

시간 : 02:47:01

걸음 : 17088

음악 : Shostakovich Symphony No.7

         Tchaikovsky Symphony No.6 3rd

 

 예술의전당에 연주회를 보러 다녀왔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예매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클래식 카테고리에 올릴 예정이다.

 

 연주회를 예매했을 때부터 집에 돌아오는 길은 반포대교를 건너 걸어와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요 며칠 동안 날씨가 너무 더워서 연주회가 끝날 때까지 지하철을 탈 것인지 걸어갈 건지 고민했었다.

 

 걸어가다 힘들면 버스타자! 라는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은 한강변을 따라 걷는 코스였기 때문에 중간에 빠져나가지 않는 이상 지하철을 타기는 어려웠다. 중간에 괜히 포기한다면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러울 것 같았다. 스스로를 속이며 힘든 길로 몰아세웠다.

 

 

 하이킹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예술의전당에 갔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오후 7시 30분 공연이었지만 조금 일찍 도착했다. 음악분수 앞 인조잔디밭에 앉아 음악분수를 구경했다. 바람은 선선하게 불어 땀을 식혀주며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에 평화로운 느낌이 들었다. 오후 7시경이라 해가 서서히 지는 하늘 색깔도 몽환적이었다.

 

 사람들은 분수를 보면서 연신 멋지다고 외치며 사진을 찍어댔다. 왜 우리는 분수가 아름답고 환상적이라고 느낄까 생각해봤다.

 

 우리는 중력에 의해 땅에 붙어산다. 힘껏 발을 구르지 않으면 저절로 올라갈 수 없다. 물도 마찬가지다. 저절로 아래서 위로 올라갈 수 없다. 항상 물은 아래로 향한다. 

 

 하지만 분수는 중력을 거슬러 하늘 높이 힘차게 솟구친다. 방해하는 모든 힘을 무시하고 하늘 높이 날아간다. 그런 분수의 힘찬 도약을 보며 환상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자연법칙에 거스르는 것이 때론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오후 9시 30분에 연주회가 끝났다. 지도상으로는 도보로 3시간 20분이 걸린다고 나와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도착하고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처음으로 반포대교를 도보로 건넜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가 반포대교라고 얼핏 들었던 적이 있다. 기대를 품고 반포대교를 지났다.

 

 화려하지 않지만 차분한 매력이 있었다. 서강대교와 마포대교에는 여의도가 있다면 반포대교에는 세빛섬이 있다. 하지만 세빛섬 반대쪽 보도로 건너서 자세히 감상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보도 정비가 필요해 보였다. 물 빠지는 배수로는 막혀있는 곳이 많았고 건너는 동안 10번도 넘게 거미줄에 걸렸으며 바닥과 난간에는 새똥이 여기저기 굳어있었다.

 

 

 반포대교를 건너 서빙고동 한강변을 걸었다. 신기하게도 여의도 한강공원이나 마포대교 한강변과 달리 바다내음이 났다. 그래서인지 낚시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낚싯대 끝에 빛나는 공 같은 것을 달아놨는데 마치 외계인 더듬이처럼 생겼다. 신기했다.

 

 건너는 동안 왜 여기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고 말하는지는 몰랐지만 다 건넌 후 멀리서 보고 나서야 비로소 느꼈다.

 

 지날 때 아름다운 것보다 지나고 나서야 내가 걸었던 길이 아름다웠구나를 느꼈다.

 

 진로를 택하면서 종종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 건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늘 지나온 반포대교처럼 지금 내가 걷는 길이 아름다운 길이라 생각하자.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이 길을 모두 건넌 후 멀리서 바라본다면 내가 저 길을 걸어왔구나 자부심을 느끼며 감탄할 것이다.

 

 

 한강대교 아래다. 꼭 영화 '괴물'의 괴물이 살 것만 같다.

 

 원효대교가 보인다. V자 기둥이 다리를 지지하고 있다. 물이 잔잔하면 X로 보이겠지?

 

 원효대교가 보이고 나서부터 몸이 너무 힘들었다. 진짜 군대 행군 느낌이 들었다. 빨리 집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냥 버스를 탈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꾹 참고 걸었다.

 

 군대 행군 도중 너무 힘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어차피 시간만 지나면 행군은 끝나기 때문이다.

 

 오늘 걸었을 때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정말 군 복무 시절로 돌아가는 듯했다.

 

 

 여기가 아마 마포대교 아래였나...??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학 한 마리가 늦은 시간에 먹이를 찾고 있는지 서서히 걷고 있었다. 야식은 새도 못 참나 보다.

 

 

 드디어 상수 나들목이 보였다. 여기만 지나면 집에는 15분 안에 도착한다. 마치 군대 행군에서 복귀할 때의 삼화교를 만난 느낌이었다. 너무너무 좋았다.

 

 한강변을 쭉 걸었는데 정말이지 지렁이가 너ㅓㅓ무 많았다. 중간엔 굼벵이도 만났다. 돈벌레도 만났는데 지금까지 본 돈벌레 중에 제일 빨랐다.

 

 지렁이를 처음에 몇 마리 만났을 때는 정말 너무 깜짝 놀랐지만 하도 나오니 익숙해졌다. 그냥 피해 다녔다. 뭘 먹고 그리 잘 컸는지 토실한 지렁이가 많았다.

 

 역시 시간은 흘렀고 나는 집에 도착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원래는 힘든 시기는 언젠간 지나갈 테니 조금만 참아라!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지금 행복한 이 순간 또한 지나가기 마련이니 꼭 붙잡으라는 말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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