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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악의 평범성 - 한나 아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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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곳곳에 있는 유대인들을 잡아다 가스실에 넣고 학살하는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

 

출생 배경에 따른 계급 차트

 뉘른베르크 법 공표 이후 부모 혹은 조부모 중 유대인이 몇 명 인지를 정리해 표로 나타내서 혈통을 분리하기도 했다. 크게는 독일혈통, 1/2급 유대인, 유대인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유대인 계급은 제국의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리고 히틀러는 1200만명이라는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를 주도한다.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가스실에서 살해당했는데 12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대학살을 저지르면서 당연히 일손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 중 유대인이주국 총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은 그중 600만 명의 살해에 일조했다고 전해진다.

 

 아이히만은 독일의 패전 이후 이스라엘의 비밀정보국인 모사드(MOSSAD)로 숨어 들어가 이름도 바꾼 채 15년을 숨어 지내게 된다. 하지만 결국 붙잡히게 되고 1961년 12월 아이히만의 첫 재판이 열리게 된다.

 

 당시 재판에 '한나 아렌트'라는 독일태생의 유대인 철학사상가가 참여하게 된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처음 보고 매우 깜짝 놀라게 된다.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 악하거나 미치광이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예상과 달리 지극히 정상에 그냥 머리 벗겨진 동네 아저씨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재판은 약 8개월간 진행되었고, 한나 아렌트는 이 재판에서 느낀 점을 그녀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으로 집필했다.

 

 아이히만은 누가 봐도 평범한 중년 남성이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으며 누구보다 성실했고 자식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아버지였다. 심지어 정신감정 결과에서도 지극히 정상 판정을 받게 된다.

 

 아이히만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왜냐하면 자신은 유대인을 자기 손으로 직접 죽이지 않았고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국가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안 하는 게 유죄지 왜 시키는 대로 일한 것이 유죄냐는 것이다.

 

 또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월급을 받고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다."

 

 악한 사람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누구나 어떤 상황에 들어가게 되면 악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이것을 '악의 평범성'이라고 불렀다.

 

 아이히만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결과적으로 어떤 일을 초래하는지 인지하지 않은 채 무조건 상부의 명령을 따르기 바빴다.

 

 현재 기업에서도 이러한 형태의 명령에 대한 복종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이 커지면서 분업화가 가속될수록 개인에 할애되는 책임이 작아지게 된다. 이런 책임이 작아진다면 개인의 도덕적 판단이 사라지게 된다.

 

 물론 아이히만의 이야기는 극단적인 예시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도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 도덕적 판단을 기준으로 행해야 한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이히만의 근면성 자체는 죄가 아니다. 그러나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말하기의 무능은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그가 유죄인 이유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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