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 파르메니데스

책읽는밤톨이 2021. 6. 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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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서양철학의 철학자들을 보면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때로는 너무 이상적인 말을 한다 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성의 힘으로..., 이데아(idea)가 있다, 동굴에 살고 있다'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변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서양철학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요?

 

 고대 철학자 파르메니데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지요...?' 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를 쉽게 이야기한다면 '무(無)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정하지 않겠다!'라는 것입니다. 이 논리로 시작해서 파르메니데스는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세 발자국 걸어갔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는 분명히 위치가 변했습니다. 하지만 빈 공간이 있어야만 우리 위치가 변할 수 있는데, 파르메니데스의 주장에 의하면 빈 공간은 없으므로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라는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보는 저 변한 위치는 뭐냐!"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건 감각에 의해 잘못 보이는거야! 진짜를 보려면 이성의 눈으로 꿰뚫어 봐야 하고, 이성의 눈으로 본다면 변하지 않았어!"

 

 정말 어이없는 답변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거의 궤변에 가까운 말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런 터무니없어 보일 수 있는 생각은 고대 서양철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감각을 불신하고 이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라는 말은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영향을 미쳤으며, 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학문에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서양철학의 근간은 플라톤이라고 하지만 그 기저에는 파르메니데스가 심어져 있던 것입니다.

 

 또한, 화학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설'의 시초인 데모크리토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있는 것은 있고"라는 말을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는 있고"라 해석했으며, "없는 것은 없다"라는 말은 "빈 공간은 있다"라고 해석하면서 물질은 원자들의 이합집산이다 라고 해석하게 됩니다.

 

 자칫 터무니없어 보일 수 있는 이 생각 하나가 서양철학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지금을 만든 것이 아직도 신기합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만약 파르메니데스가 없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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