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Persona) -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가족과 있을 때, 친구와 있을 때, 직장 혹은 학교에 있을 때, 모르는 사람들과 있을 때 우리는 항상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합니다. 심지어는 때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할 때도 있습니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은 이것을 '페르소나(Persona)'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페르소나의 어원은 '인격', '위격'이라는 뜻을 가지는 라틴어가 어원이며, 극 중에 배우들이 쓰는 가면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것을 칼 융은 '타인에게 인식되는 내 모습', '개인과 사회에서 맺어지는 일종의 타협'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하여 설명했습니다. 페르소나는 '나 자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보이는 나'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입니다.
직장에서의 나, 가족과 있을 때의 나, 친구들과 있을 때의 나 등등 서로 다른 가면을 가지고 상황에 맞게 가면을 바꿔 써가며 생활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의 생존의 전략이자 법칙이 된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페르소나를 구분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이것을 전략으로 사용하여 많은 부와 인맥을 거느리는 반면, 그 능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회 부적응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렇듯, 페르소나를 잘 구분하는 능력은 우리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존 도구이며, 이 페르소나를 잘 구분해놓은 것을 사일로(Silo)라고 합니다. 사일로는 절대 구분되어 있어야 하고, 독립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야 하며 직렬이 아닌 병렬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통신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생존전략이 위태로워지고 있습니다. 통신기술의 발달은 동시에 여러 상황을 건네며 병렬이어야 할 사일로를 직렬로 바꾸려고 합니다. 우리가 원하지도 않는데도 말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갑자기 직장에서 전화나 카톡이 온다던가, 부모님과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오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행동은 놀고 있지만, 말투는 선임을 대해야 하는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페르소나에 혼란이 오게 되며, 사일로 사이의 균형이 흔들리게 됩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지금 살아가는 우리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으로부터 도망치려 하기도 하고 심한 우울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많은 페르소나를 가지고 자주 바꾸며 사일로에 불균형이 온다 하더라도 절대 나 자신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페르소나는 '타인에 의해 인식되는 나'일 뿐 '진짜' 내가 아닙니다. '진짜' 나를 잃지 않으려면 나에 대해 '생각'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제가 철학을 공부하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